공지사항
군대를 입대하면서 나는 1년 반을 소중하게 쓰고 싶었다.
단순히 멍 때리면서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끌려왔다는 생각에 좌절하는 그런 군생활은 누구보다 원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와... 군대에서 이런 걸 다 했어?'라는 소리를 하게 되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입대하는 순간부터 꾸준히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논산 육군 훈련소에서 여러 고민을 했었는데, 누구나 한다는 '인생 고민'을 넘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졌다. (물론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제일 컸다)
그 결과, 나는 크게 2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첫째, 군대에서 지식을 쌓자.
군대처럼 모든 면에서 제한된 환경 속에서는 많은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면 책으로,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건?"
나는 자대에 가면 그동안 애매하게 알던 지식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자격증을 노리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지식을 쌓기로 했다.
기초부터 튼튼하게 배우지 않은 나에게 영어와 컴퓨터, IT는 아직도 애매하다.
누가 보면 내가 전문적으로 많이 알고 덕후인 것 같지만, 사실 아직 기초가 부족한 면도 있으며 무엇보다 그 기초가 부족하기에 전문적으로 파고들지 못한다.
하드디스크의 종류를 알면 뭐해? 작동 원리와 부품들을 모르는데.
영어로 회화소통 및 독서 가능하면 뭐해? 어휘력이 부족해서 뜻을 유추하느라 가끔 모르는 단어들이 나와서 시험은 만점이 안 나오는데.
핸드폰의 종류와 스펙을 알면 뭐해? 듀얼코어와 쿼드코어 프로세서의 장단점을 모르는데.
군대에서 열심히 지식을 쌓아서 위의 빈 공간들을 채우고 싶다.
내가 아는 지식을 더 부풀리는 것보단 빈 틈을 채워가는 시간.
둘째, '군대니까...'라는 틀을 깨자.
흔히 군인들은 '군대니까...'라는 말을 많이 하면서 피하고 거절한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군대에서 많은 활동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에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 같았다.
"하기 귀찮고 어려워서 군대라는 핑계로 미루는 사람이 되지 말자."
나는 군대에서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깨보고 싶어 졌다.
공모전? 왜 못 나가, 친구들과 매일 연락하면서 준비해서 수상하면 되지.
대학 공부? 왜 못해, 친구들에게 대학 자료 받아서 공부하면 되지.
아직까지도 시도 중이거나 계획 중인 것들이 많지만, 내 궁극적인 목표기도 하다.
이렇게 여러 면에서 군대라는 틀을 깨보고 싶어 진 나는 자대에 오자마자 늦은 시간까지 독서를 하고, 유튜브로 공부도 하면서 컴활 1급 필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무 의욕이 타올랐기 때문일까? 매일 적응하고 근무를 서면서 10시 취침시간 이후 1~3시간씩 도서관이나 사이버 지식 방에 내려가서 공부를 하다 보니 다음날 피로는 물론,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무엇보다 컴활 1급을 따고 싶은 의욕에 밤마다 영상을 1~2시간씩 봤지만 영상편집과 포토샵처럼 보통 뭔가를 공부할 때 실천으로 배워간 나에게 책을 펼치고 원리를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것도 컴퓨터 IT 분야를.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강의 수는 하루 3~4개에서 1개로 줄어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주변 선임들 중 몇 분이 나에 대한 불만이나 잔소리를 말했고, 재미를 위해 시작한 공부는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어갔다.
일병 되기 하루 전인 2021년 5월 31일.
나는 평소처럼 상황병 근무를 섰다.
당직사령님과 밤을 새우면서 여러 말이 오갔다.
컴퓨터 전공이어서 더욱더 말은 통했고, 컴퓨터와 스피커, 키보드 등 스펙, 핸드크림 종류, 자격증 시험 등 여러 얘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내가 최근 컴활 1급 공부에 의욕을 잃었다는 사실을 말씀드렸다. 그 말을 듣더니, 당직사령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왜 그렇게 공부해? 들어보니 너는 그렇게 공부해 온 적이 없잖아. 나도 그렇게 하는 건 비추야"
순간 내 머릿속이 찌릿했다. 왜 그걸 몰랐을까?
컴활 자격증을 따야 한다는 사실에 쫓겨 정작 내가 시작한 이유, '빈틈 채우기'를 나는 어느새 잊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여러 고민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뭐를 하지?
유튜브? 편집 프로그램도, 핸드폰 카메라도 못 쓰는 이 상황에?
SNS 포트폴리오? 포토샵이 설치된 컴퓨터가 없는데?
여러 고민을 하면서 나는 일기장에 글을 귀찮게 끄적여 나아갔다.
근데 막상 생각해보니 일기장도 어느새 쓴 날짜보다 밀려서 몰아 적은 날이 더 많았다.
"이 모든 내용을 그냥 타이핑하면 더 쉬울 텐데..."
그 순간 결심했다.
입대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주변 친구들 모두가 포트폴리오로 쓰겠다고 만드는 "블로그"!
바로 듣던 음악을 멈추고 유튜브에 검색했다.
"네이버 블로그"
수많은 유튜브 영상들을 2시간 넘게 해쳐 본 결과 아래와 같았다.
-블로그는 네이버 말고도 다양하다.
-말을 하기 시작하면 평범한 사람도 비범해진다.
-사람을 모아라. 그러려면 글을 써야 한다.
ㄴ 모든 시대를 통틀어서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왔다.
-'티스토리'는 다양한 스킨과 아웃소스, 구글 에드센스와의 연동, HTML 및 CSS로의 작성 기능 등 여러 면에서 나에게 적합하다.
이렇게 나는 초심으로 돌아가 지식을 쌓으면서 정리하고, 군대라는 틀을 깨면서, 무엇보다 군생활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껴보기 위해